기사상세페이지

인천시사회서비스원, 피해장애인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이곳

기사입력 2023.12.11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피해장애인쉼터에 머무르는 기간은 짧지만 학대 피해 장애인들은 삶이 달라지는 전환점이다. 

    image01.jpg

    사진설명: 인천시피해장애인쉼터 내부 전경. 


    인천시사회서비스원(원장‧황흥구)은 인천시피해장애인쉼터가 학대 피해 장애인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A(20) 씨는 쉼터 장기 입소자다. 청소년기에 들어와 한 해를 넘겼다. A씨는 쉼터 안을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귤껍질을 까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바닥에 뒀던 접시를 책상 위로 올릴 수도 있다. 평범한 활동이라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몇 달 전이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다.


    1년 전 A 씨는 통제 불능 상태였다. 쉼터에 오고 4~5개월은 직원들을 수시로 때렸다. 커다란 물건을 집어 던져 다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위험한 행동이 이어졌다. 손으로 밥을 먹었고 다리 근육이 없어 잘 걷지도 못했다. 말도 못 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쉼터 센터장과 생활지도원은 그 시간을 견뎠다. 상태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다. 정기적인 투약 관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폭력성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상 지원을 시작했다. 생활지도원들이 함께 산책하고 그림책을 읽어줬다. 무엇보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숟가락을 들었고 걸음도 걷는다. 옷도 입을 줄 안다. ‘밥 먹으러 가자’ ‘산책하자’ ‘차 타러 가자’는 말에도 반응한다. 이제 장애인 생활시설 입소도 가능한 수준이다. 지금도 낮엔 장애인 학교에 간다. 박혜진 생활지도원은 "입소자에게 이유도 없이 맞는 경우가 잦자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1년을 함께 견뎌내고 나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른 입소자들도 마찬가지다. 당뇨,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지만 방임 상태에 있었기에 관리가 엉망이었고 그것은 폭력성이나 폭식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쉼터에 머무르는 동안 일상 지원만으로도 문제행동이 줄어든다. 50대 B 씨 역시 쉼터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걷지 못했다. 생활지도원들이 며칠 관찰한 결과 안과로 데려갔다. 심한 백내장이었다. 무연고인 그는 센터장이 보호자 동의를 한 뒤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걷는 일은 문제 없다. 


    쉼터에 머무르는 기간은 짧지만 학대 피해 장애인들은 삶이 달라지는 전환점이다. 일상 지원으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기르고 독서, 미술, 산책, 나들이 등 프로그램으로 기능을 회복한다. 한 달에 1~2번 쉼터를 지원하는 동네 병원을 찾아 정기 진료도 한다. 


    쉼터 정원은 남성, 여성 각각 4명씩 8명이다. 입소 기간은 최장 9개월이다. A 씨와 같이 원가정은 물론이고 생활시설 입소도 어려우면 내부 심사를 거쳐 기간을 연장한다. 


    쉼터지만 소규모 생활 시설에 가깝다. 이런 기능을 하는 데는 종사자들의 희생이 뒤따른다. 조리사, 간호조무사, 운전사, 이‧미용사, 교사, 보호자 등 1인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게다가 24시간 운영 시설이기에 공휴일도 없이 야간 근무도 한다. 이틀 이상 휴가는 꿈도 못 꾼다.


    쉼터는 내년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한다. 정원도 1명 늘린다. 현재 센터장 포함 종사자는 모두 6명이다. 올해 10월까지 모두 9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류문기 인천시피해장애인쉼터 센터장은 "학대 피해 장애인들이 우리 시설에 와서 몸은 물론이고 마음을 회복해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종사자가 행복해야 양질의 돌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