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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의 뒤안길… 일본의 경우
1905년 5월27일,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이끄는 일본 연합함대는 대한해협 동쪽 쓰시마해역에서 이틀에 걸쳐 로제스트벤스키가 이끈 러시아 발틱함대를 궤멸했다. 러시아는 38척의 함대 가운데 35척과 5000명 이상의 군인을 잃은 반면 일본군은 3척의 어뢰정과 116명만을 잃었다.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 지배권을 놓고 격돌한 러일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했고, 러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평화회담을 청해야 했다. 

 
일본은 러일전쟁의 승리에 열광했다. 지금도 많은 일본인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의 하나로 러일전쟁 승리를 꼽을 정도이니 당시 모습은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러시아 함대를 궤멸한 직후 일본 언론은 호외를 발행하며 승리에 환호했고, ‘신민(臣民)’들은 열광했으며, 도고 제독은 일약 가장 존경하는 무장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모든 열광에는 그늘이 있다. 일본은 러일전쟁 승리와 신민의 열광을 등에 업고 대한제국에 을사늑약(1905년)을 강요해 외교권을 박탈했고 1910년에는 강제로 합병해 버렸다. 급기야 만주와 중국, 동남아로 나아간 그들은 태평양에서 미국과 호기롭게 전쟁을 벌이다가 패전을 맛봐야 했다. ‘광적인 열광’은 일본 내 비판적 지식인들의 경고도, 대한제국 등 피압박 민족의 저항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며 ‘제국의 악행’을 감쌌다.

최근 일본에서는 5월22일 개관하는 전파탑 ‘도쿄 스카이트리’와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26)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도쿄 스카이트리와 다르빗슈 소식이 쏟아지면서 ‘붐’이 일고 있다. 

스카이트리는 도쿄 스미다구(墨田區)에 들어서는 세계 최고 높이(634m)의 전파탑이다. 지난해 7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송으로 바뀌면서 NHK와 5개 민영방송이 디지털전파를 도쿄 전역에 전달하기 위해 합작해 세웠다. 언론은 개관에 맞춰 “탑을 올려다 보면 힘이 난다”(산케이신문)는 여성의 이야기나 “탑이 시대를 창조한다”(요미우리신문)는 기획을 내보내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 일반인 입장권 사전 예매에는 무려 30만명 가까이 몰렸고 개장 당일 오전 경쟁률은 335대 1을 기록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다르빗슈에 대한 열광은 또 어떤가. 지난해 6년간 6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텍사스에 둥지를 튼 다르빗슈의 소식은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처음 등판했던 지난 10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을 생중계했던 언론은 지난 25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8.1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하며 3승을 챙기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스포츠지는 “‘훌륭한 선수’를 넘어 ‘위대한 선수’가 돼 가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매 경기마다 팬에게 소감을 묻거나 전문가와 메이저리그 일본인 선수의 평가를 싣는다. 일본에서 검증된 선수이고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적응기이기에 이런 모습에 성급하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대지진으로 상처를 입은 일본인이 도쿄 스카이트리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는 다르빗슈에 열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난해 3월11일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등으로 1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만명 이상이 행방불명되는 큰 피해를 봤고 더구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경제 여건도 예전만 못한 상황을 맞고 있는 그들 아닌가.

어느 때보다 시련과 절망의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희망의 증거’를 찾고 싶을 것이다. 실제 우리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는가.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절망했을 때 메이저리그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선전하던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며 절망을 넘어 희망을 얘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인들의 최근 열광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열광을 100% 깔끔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일본의 희망 찾기가 그들 자신만의 성공이 아닌 한국과 아시아 등 이웃과의 공영과 조화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털고 공영의 미래를 향해 이웃 나라와 조화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들은 충분히 위로받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이웃과 함께.
본문내용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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